[TF확대경] '청년·여성' 내세운 정의당, 홀로서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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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요민준 작성일20-04-11 20:04 조회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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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 출현에 밀려 정의당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이 나온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18세 투표 캠페인 당시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 /배정한 기자
비례연합 불참 녹색·미래당과 손잡고 '양당 꼼수' 부각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1대 총선에 여야가 막판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정의당이 고군분투 중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원내 교섭단체까지 노렸지만, 거대 양당의 비례전용 정당들이 출현하며 이목을 빼앗겼다. 지역구에서도 단일화 없이 완주 방침을 정하며 아슬아슬한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온전한 자력으로 국민에 평가받고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 진보정당 노선을 밟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심상정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9일 선대위에서 "정의당은 대한민국을 진보로 이끄는 자산이고 힘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스무 명 의원의 교섭단체 정의당은 21대 국회를 진보 국회로 만들 것"이라며 정당 지지율 30%로 교섭단체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총선에서 지역구 2석 사수도 녹록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호소다. 지역구에서는 그동안 선거 때마다 민주당 계열과 맺어온 단일화가 무산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심 위원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문명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경환 미래통합당 후보와 10%포인트 내외 격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V조선 의뢰로 매트릭스리서치 조사, 4월 5일 조사 기간, 고양갑 선거구 거주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하지만 또 다른 현역 의원인 여영국 후보는 창원 성산에서 강기윤 통합당 의원, 이흥석 민주당 후보 3자 구도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고, 윤소하(전남 목포), 이정미(인천 연수을), 추혜선(경기 안양 동안을) 후보 등도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강 체제에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비례 의석도 지지율 30%를 기대하기엔 총선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범여권 비례위성정당이 2개나 탄생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의 '전략 투표' 효과를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됐다. 다만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3월 31일~4월 2일 기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정당투표에서 정의당을 찍겠다는 응답률은 11%를 기록하며 이전 한자릿수에서 다소 반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은 지난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 대상이었던 녹색당, 미래당과 손을 잡고 민주당의 '비례정당 꼼수'를 부각시키며 범진보 지지층에 지지를 당부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9일 비례연합정당 논의 대상이었던 녹색당, 미래당과 공동 의제를 선언하는 자리를 가지며 범진보층에 지지를 호소했다. 심 대표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녹색당-미래당 공동의제 공동캠페인 선언식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심 위원장은 이날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오태양 미래당 대표와 불평등 해소·기후위기 극복·청년정치 세대교체·그린뉴딜을 공동 의제로 선정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실 정치 개혁을 통해서 30년 만에 이룬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참여할 자격을 갖고 있는 정당들이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거대 정당들의 위헌적인 위성 정당 간의 경쟁으로 왜곡됐지만 국민 여러분들께서 정치 개혁의 길을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호소했다.
정의당은 또 청년과 젠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심 위원장은 같은 날 '18세 투표 캠페인' 행사에서 "정의당은 만 18세 청소년 참정권 쟁취를 위해서 헌신해 온 정당"이자 "이번 총선에서 청년 비례 후보를 전략적으로 할당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래 유권자인 10대와 청년층에 호소했다. 선거운동도 청년층에 집중됐다. 지난 7일에는 젊은 층이 모여 있는 홍대 앞에서 '코로나 19 피해대학생 간담회'를 열고 대응책으로 청년층 임대료 일정기간 현금 지급, 등록금 동결 등을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의당 비례 후보 2번인 장혜영 청년선대본부장 등 청년 정치인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찬성 결정을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도부가 청년선대본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해 조국 사태로 이탈한 청년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화가 무산되고, 비례위성정당과의 제로섬 경쟁에 놓인 정의당은 청년, 여성, 노동자 등 전통 지지층 결집에 호소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입법촉구 1인시위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정의당은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포 사건(n번방 사건) 관련 처벌 강화법 즉시 제정도 주장하고 있다. 젠더 이슈에 민감한 젊은 여성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지난 5일 서울에서 '지금당장 N번방 해결 촉구 집중 유세'에 나섰고, 6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N번방 처벌을 위한 1시간'이라는 침묵 선거운동도 펼쳤다.
정의당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 범개혁연합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노동자나 청년층 등 전통 지지층 결집에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민 생활이 어렵다. 국민들의 삶을 돌아보고 의정활동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선거운동이라고 본다. 해고 위기에 있는 인천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나 삼성 해고 노동자 농성장을 찾아가고, 텔레그램 n번방 문제나 등록금 동결 요구 현장 의견을 청취하면서 민생 밀착형으로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 이런 방식으로 정의당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면서 민생을 챙겨나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난 번 조국 사태 때 스텝이 꼬인 게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 이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해서 짧은 시간에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방법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홀로서기로 얻은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청년과 기후변화 문제로 외연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 10년까지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개혁연대 구도에서 선거가 치러졌는데 이번에는 비례와 지역 모두 그런 연대 없이 순수하게 정의당만의 공약과 지지율로 국민께 시험받게 됐다. 그런 점에서 총선 이후에도 정의당의 진로가 결정될 것 같다"며 "노동 문제와 함께 외연 확장이나 국민들의 요구, 시대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기후변화, 청년 문제까지 정의당의 특성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 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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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연합 불참 녹색·미래당과 손잡고 '양당 꼼수' 부각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1대 총선에 여야가 막판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정의당이 고군분투 중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원내 교섭단체까지 노렸지만, 거대 양당의 비례전용 정당들이 출현하며 이목을 빼앗겼다. 지역구에서도 단일화 없이 완주 방침을 정하며 아슬아슬한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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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12일)을 앞두고 경기도 용인에서 8일 정양모(85) 신부를 만났다. 그는 성서 신학에 있어서 ‘당대 최고의 석학’으로 꼽힌다. 프랑스 리옹 가톨릭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성서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스라엘로 건너가 도미니크 회 성서연구소에서 일한 바 있다. 광주 가톨릭대, 서강대, 성공회대 교수를 역임했다. 다석 유영모의 영성을 연구하는 다석학회장도 15년째 맡고 있다.
프랑스에서 3년, 독일에서 7년간 머무른 탓에 외국어도 자유롭게 구사한다. 프랑스어ㆍ독일어ㆍ영어는 물론이고 예수가 썼던 아람어와 히브리어, 그리스어와 라틴어에도 능통하다. 그에게 물음을 던지면 늘 ‘정확한 답’이 돌아온다. 정양모 신부에게 예수와 부활을 물었다.
Q : 곧 부활절이다. 그리스도교에서 ‘부활’이 왜 중요한가.
Q : 왜 말을 잃게 되나.
Q : 그럼에도 그리스도교는 ‘부활’을 이야기하지 않나.
Q : 묵시 문학이 뭔가.
Q : 왜 말세론이 필요했나.
이어서 정 신부는 ‘육신 부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요즘도 ‘예수의 부활이 육신의 부활인가, 아니면 영적인 부활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 육신 부활 사상의 뿌리는 과연 어디일까. 정 신부는 “묵시 문학에서는 종말 임박 사상과 더불어 종말 때 육신 부활이 있으리라는 강렬한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Q : 육신 부활에 대한 갈망, 어디에서 비롯됐나.
Q : 가톨릭과 개신교는 모두 주일미사와 예배 때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고 고백하지 않나.
Q : 지금도 이승에 있는 실제 우리 몸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어찌 되나.
이 말끝에 정 신부는 불교의 ‘열반’을 꺼냈다. “불가에서는 ‘부활’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열반’이란 말을 쓴다. 산스크리트어로 ‘니르바나’, 팔리어로는 ‘닛빠나’, 그걸 중국에서 한자로 음역한 게 ‘열반(涅槃)’이다. 열반이 뭔가. 탐(貪)ㆍ진(瞋)ㆍ치(癡)라는 이승의 삼독(三毒ㆍ세 가지 독)을 온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부활과 열반, 둘 다 이승의 질곡을 초월한다. 그래서 구원이다. 이승에 함몰되면 구원이 아니다. 그리스도교와 불교는 종교 문화가 다르니까 표현도 다르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상통하는 바가 있다.”
Q : 당신이 바라보는 부활 후의 구원이란 무엇인가.
정양모 신부는 예수 부활에 이어 우리 부활을 이야기했다. “내가 이 생을 살다가, 예수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신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으로 내가 익으면, 하느님께서 내 인생을 거두어가신다. 수확하신다. 나는 거기에 부활의 깊은 뜻이 있다고 본다.”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가슴을 뚫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생각났다. “하느님을 깊이깊이 깨닫고, 맑게맑게 반사하는 삶”. 부활의 지점이 따로 있을까. 거기야 말로 우리가 부활하는 현장이 아닐까.
용인=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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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12일)을 앞두고 경기도 용인에서 8일 정양모(85) 신부를 만났다. 그는 성서 신학에 있어서 ‘당대 최고의 석학’으로 꼽힌다. 프랑스 리옹 가톨릭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성서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스라엘로 건너가 도미니크 회 성서연구소에서 일한 바 있다. 광주 가톨릭대, 서강대, 성공회대 교수를 역임했다. 다석 유영모의 영성을 연구하는 다석학회장도 15년째 맡고 있다.
정양모 신부는 "예수 공부와 예수 닮기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첩경이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프랑스에서 3년, 독일에서 7년간 머무른 탓에 외국어도 자유롭게 구사한다. 프랑스어ㆍ독일어ㆍ영어는 물론이고 예수가 썼던 아람어와 히브리어, 그리스어와 라틴어에도 능통하다. 그에게 물음을 던지면 늘 ‘정확한 답’이 돌아온다. 정양모 신부에게 예수와 부활을 물었다.
Q : 곧 부활절이다. 그리스도교에서 ‘부활’이 왜 중요한가.
A : “가톨릭ㆍ개신교ㆍ정교회 할 것 없이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예수 공부’ ‘예수 닮기’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첩경이다. 예수의 삶과 죽음은 이승의 현실이라 이해하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부활로 들어가면 말을 잃게 십상이다.”
Q : 왜 말을 잃게 되나.
A : “부활은 시공을 넘어서는 초월 사건이기 때문이다. 예수 부활이든, 우리 부활이든 마찬가지다. 예수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곧장 확신을 갖고 이야기를 하다가도, 부활에 이르러서는 말문이 막히는 게 당연한 일이다.”
45세에 요절한 조각가 장동호 씨의 작품을 정양모 신부가 들고 있다. 가시관을 쓴 예수의 모습을 보며 정 신부는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풀었다. 장진영 기자
Q : 그럼에도 그리스도교는 ‘부활’을 이야기하지 않나.
A : “입을 다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부활이 없다면 어찌 되겠나. 인생과 죽음에 대한 답변도 없어진다. 그러니 예수 부활, 우리 부활을 궁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활 신앙이나 부활 이야기는 유대교 묵시 문학의 영향을 받아서 기술됐다.”
Q : 묵시 문학이 뭔가.
A : “묵시 문학은 ‘역사는 곧 끝장나고, 종말이 임박했다’고 말한다. 묵시 문학 가운데 구약 성서에서 대표적인 작품이 다니엘서, 신약 성서에서는 요한묵시록(개신교는 ‘요한계시록’이라 부름)이다. 서기전 200년에서 서기후 100년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난세 중의 난세였다. 시리아 정권의 압제에 주권을 잃은 이스라엘이 다시 로마 정권에 점령을 당한 시절이었다. 민족 독립을 쟁취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전적으로 불가능한 시절이었다. 백성이 실의와 절망에 빠진 시절이었다. 그래서 말세론이 성행했다.”
정양모 신부는 "묵시 문학은 난세 문학이다. 사람들이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을 때 종말론과 육신 영생론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Q : 왜 말세론이 필요했나.
A : “종말이 닥쳐서 적들은 심판을 받고, 이스라엘은 승승장구하리라. 현세는 물러가고, 새 하늘 새 땅 신천지가 도래하리라. 묵시 문학은 그걸 담고 있다. 그래서 묵시 문학은 한마디로 난세 문학이다. 한국에도 아주 흡사한 형태가 있었다. 조선조 말기 백성이 도탄에 빠져있던 시절에 성행한 ‘정감록(鄭鑑錄)’이다.” 당시 민간에 널리 퍼졌던 ‘정감록’은 조선의 종말을 예언했다.
이어서 정 신부는 ‘육신 부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요즘도 ‘예수의 부활이 육신의 부활인가, 아니면 영적인 부활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 육신 부활 사상의 뿌리는 과연 어디일까. 정 신부는 “묵시 문학에서는 종말 임박 사상과 더불어 종말 때 육신 부활이 있으리라는 강렬한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Q : 육신 부활에 대한 갈망, 어디에서 비롯됐나.
A : “묵시 문학 태동의 직접적 계기는 마카베오 독립전쟁(기원전 167~142년 벌어진 고대 이스라엘의 독립전쟁)이었다. 당시 이스라엘 독립군이 무수하게 처단을 당했다. 처단을 당한 저들을 하느님이 버려두지 않고 거두어 가신다. 유대인은 그렇게 믿었다. 그게 육신 부활 사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말한다. 예수님의 육신이 부활하셨다. 그리스도인도 장차 육신이 부활하리라. 과학적 사고를 하는 현대인이 ‘육신 부활’을 이해하기는 나날이 더 어렵다. 글자 그대로 하면 ‘시신 소생’처럼 들릴 수도 있다.”
정양모 신부가 "무척 아름다운 십자가상"이라며 독일 쾰른의 조각가가 만든 십자가상을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Q : 가톨릭과 개신교는 모두 주일미사와 예배 때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고 고백하지 않나.
A : “사도신경에 그 고백이 있다. 그런데 사도신경 속의 육신 부활 신조도 참 조심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 글자 그대로 보면서 ‘시신이 소생한다’고 하면 곤란하다. 그건 구원이 아니다. 사도 바오로(바울)도 ‘부활의 육신은 신령한 육신이다. 영광스러운 육신이다’ 고 했다. 다시 말해 이승의 육신이 아니라 이승을 초월한 육신이란 뜻이다.”
Q : 지금도 이승에 있는 실제 우리 몸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어찌 되나.
A : “이승의 몸은 결국 소멸하는 존재다. 그러니 이승의 육신이 부활한다 해도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건 구원이 아니다. 이승을 넘어서고, 이승을 초월해야 영원이 있다. 그것이 구원이다.”
인터뷰 도중에 정양모 신부는 문득문득 사색에 잠겼다. 그의 답에는 교리의 패러다임에 갇히지 않고, 본질을 향해 들어가려는 영적 지향이 강하게 녹아 있다. 장진영 기자
이 말끝에 정 신부는 불교의 ‘열반’을 꺼냈다. “불가에서는 ‘부활’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열반’이란 말을 쓴다. 산스크리트어로 ‘니르바나’, 팔리어로는 ‘닛빠나’, 그걸 중국에서 한자로 음역한 게 ‘열반(涅槃)’이다. 열반이 뭔가. 탐(貪)ㆍ진(瞋)ㆍ치(癡)라는 이승의 삼독(三毒ㆍ세 가지 독)을 온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부활과 열반, 둘 다 이승의 질곡을 초월한다. 그래서 구원이다. 이승에 함몰되면 구원이 아니다. 그리스도교와 불교는 종교 문화가 다르니까 표현도 다르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상통하는 바가 있다.”
Q : 당신이 바라보는 부활 후의 구원이란 무엇인가.
A : “저는 부활을 생각할 때마다 ‘추수’ ‘수확’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신약 성서에는 하느님의 말씀이 많고도 많다. 그중에서 제게 가장 감동적인 말씀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정의다. 그 대목이 신ㆍ구약 성경을 통틀어 딱 두 군데 나온다. 요한1서 4장 8절과 16절이다. 그런 하느님을 의식하고, 말로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 예수님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사랑의 화신(化身)이다. 화신은 불교 용어다. 그래도 나는 그대로 쓰고 싶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깊이깊이 깨닫고, 맑게맑게 반사하신 분이다. 예수님은 사랑의 덕을 끝까지 밀고 가다가 처형이 되셨다. 그러나 하느님 보시기에 제대로 살았고, 또 제대로 죽었다. 그런 예수의 인생을 추수해 가신 것. 나는 그걸 부활이라고 본다.”
정양모 신부는 "신구약 성서를 통틀어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정의가 가장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정양모 신부는 예수 부활에 이어 우리 부활을 이야기했다. “내가 이 생을 살다가, 예수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신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으로 내가 익으면, 하느님께서 내 인생을 거두어가신다. 수확하신다. 나는 거기에 부활의 깊은 뜻이 있다고 본다.”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가슴을 뚫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생각났다. “하느님을 깊이깊이 깨닫고, 맑게맑게 반사하는 삶”. 부활의 지점이 따로 있을까. 거기야 말로 우리가 부활하는 현장이 아닐까.
용인=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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