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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연 금리 인하 포문…'쩐의 전쟁'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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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이호 작성일20-03-05 00:41 조회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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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도 50bp 키높이 인하…브라질도 금리 인하 검토
ECB·BOJ는 이미 마이너스 금리권…통화정책 여력 낮아
달러화 약세…각 국 통화정책 변수될 듯
△2017년 11월 2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들어가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를 흔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은행(Fed)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이 코로나19발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금리인하에 나서거나 인하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금리 인하 신중론이었던 美도 동참

3일(현지시각) 연준은 긴급성명을 내고 연방준비기금(기준금리)를 연 1.25~1.50%에서 연 1.00~1.25%로 포인트 낮췄다. 정례회의를 거치지 않은 것도, 0.25%포인트보다 큰 폭의 금리를 조정한 것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이를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그간 연준은 미국 경제는 호조라며 금리 인하에 대해서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판데믹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미국 주식시장이 일주일새 10% 하락하며 조정되자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미국의 움직임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홍콩이다.

홍콩은 홍콩달러를 미국 달러에 연동시키는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적용하고 있어, 금융정책 역시 연준과 동조시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홍콩 중앙은행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는 이날 기준금리를 1.5%에서 1.0%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브라질중앙은행도 “코로나19가 브라질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7월 말부터 5번 연속 금리를 인하, 지난달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한달도 안돼 다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브라질 기준금리는 4.2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넥턴 인베스티멘토스의 안드레 퍼페이토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브라질 중앙은행이 새로운 금리 인하를 향한 문을 활짝 열었다”며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권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호주와 말레이시아 역시 전날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0.50%로 결정한 바 있다.

◇알멩이 없었던 G7회의…“탄환이 없다”

문제는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더 이상 금리 인하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간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주요 7개국(G7,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영국)의 면면만 봐도 분명하다. 캐나다(1.75%)와 미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책금리가 마이너스(-) 또는 제로(0)에 들어가 있다.

이날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긴급 전화회의를 개최한 후 “강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하강 위험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정책 도구를 사용할 것이란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공동 금리 인하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을 내놓거나, 이를 직접적으로 예고하진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오는 12일 유럽중앙은행(ECB)가 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에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루이데 권도스 ECB 부총재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중앙은행이 항상 나설 순 없다”며 우선 각 정부가 재정을 풀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슬로바키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ECB가 긴박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JP모건의 알렉스 울프 투자전략 헤드는 CNBC에 “세계적으로 탄환(금리 인하 여력)이 크게 적은 상태로 우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유럽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도 지난번 경기 부양책을 시작할 때보다 쓸 탄환이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유로화 가치, 일주일새 4% 상승

관건은 환율이다. 실제 연준의 급작스러운 금리 인하는 달러화 가치를 대폭 끌어내렸다. 세계 주요 6개국(유럽 유로·일본 엔·영국 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97달러까지 하락, 1월 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본 엔과 비교해서는 5개월 만에 최저 수준,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는 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유로화는 역시 2016년 11월 이래 달러화 대비 가장 비쌌다. 유로화는 지난 8일 동안 무려 달러화 대비 4% 상승했다.

달러가 이렇게 하락한 것은 그나마 미국이 금리 인하 여력이 남아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1.00~1.25%이다. 통상 25bp씩 금리 인하를 한다고 예상할 때 5~6번 정도 금리 인하 여력이 남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그나마 금리 인하해 통화 가치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는 달러화를 팔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달러화 약세는 곧 다른 나라에는 통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강한 통화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ECB는 결코 유로 강세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이번 금리 인하는 지난해 연준의 3차례 기준금리 인하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연준이 ‘보험성’으로 3차례 금리 인하를 했을 때 미국 주가는 환호하며 고공 행진했다. 미국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돈이 몰리며 오히려 달러 강세가 유지됐다.

반면 이번은 다르다. 시장은 환호하기는커녕,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안전자산으로 탈출하고 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0.975%를 기록, 사상 처음 1%를 밑돌았다. 초장기 30년물 금리는 1.608%까지 하락한 상태다.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리 폭이 좁아지면서 미국에서 자금이 탈출하고 있다. 갈수록 달러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닛케이는 “미국과 유럽중앙은행(ECB)는 금리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결국은 다시 금리 인하라는 선택에 몰렸다”면서 “세계적으로 저물가 기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일단 금리 인하에 발을 디디면 이를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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