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로 들어온 ‘세상 갈등’… 이슈·입장 따라 ‘사분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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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변다현 작성일20-01-08 14:01 조회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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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갈등 사회 예수가 답하다] <1부> 초갈등사회, 교회는 어디에 ② 갈등, 교회를 점령하다교회도 갈등이 범람하는 ‘초갈등사회’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두 개의 예배가 열렸다. 북쪽 광장에선 성탄절연합예배 사무국 등 진보단체들이 주관한 성탄절 예배(왼쪽), 남쪽 광장에선 보수 기독교 단체가 예배를 드렸다. 서윤경 기자
#1.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남쪽 광장에 있던 경찰들이 북쪽 행사장 쪽으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곳엔 대형 가설무대 앞으로 의자 500여개가 놓여 있었다. 경찰은 행사장 주위를 펜스로 둘렀다. 그 앞을 지키는 경찰도 추가로 투입됐다.
성탄절인 이날 광화문광장에선 두 개의 예배가 열렸다. 남쪽에선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성탄절 예배를 드렸다. 북쪽에선 성탄절연합예배사무국과 성서한국,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이 공동으로 성탄절 예배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쪽 광장에서 예배를 마친 사람들이 청와대로 행진하기 위해 이동할 예정”이라며 “경로상 북쪽 광장을 지나갈 텐데 마찰이 있을 것으로 우려돼 병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남쪽에 있던 사람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북쪽 광장으로 접근해 왔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쪽 광장에서 온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펜스 안 북쪽 광장 사람들을 흘깃 쳐다봤다. 북쪽 광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애써 이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펜스 안에 있던 30대 회사원 김모씨가 낮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펜스 밖에 계신 분 중에 우리 교회 교인들도 있을 겁니다.” 이념을 앞세운 사회적 갈등의 파고는 광장을 넘어 교회까지 덮쳤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 보수 단체가 드린 ‘2019 자유 대한민국 전국 연합 성탄축제’ 모습. 연합뉴스
#2. “이젠 설교하기도 무서워요.” 지난 5일 만난 서울 강서구 A교회 B목사는 주일예배가 두렵다고 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로 국론이 분열됐을 당시 30대 성도가 자신에게 항의한 뒤부터다. 설교 때 국론 분열상을 언급하며 조 전 장관 논란을 언급했을 뿐인데, 청년은 “세상사를 교회로 가져오지 말라면서 왜 설교 때 정치 이야기를 하느냐”고 따졌다. B목사가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B목사는 “예전에도 설교 때 세태를 언급하면서 정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같은 이야기를 해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성도들끼리도 생각의 차이로 서로 날을 세우는 일이 많다 보니 성도 간 대화도 조심스러워졌다. 경기도 이천 C교회 성도 D씨는 “우리 교회에서 불문율이 된 게 있다”면서 “정치 얘기, 이념 얘기는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내 갈등은 이념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세대 간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이 강해 자비량으로 봉사활동을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들은 봉사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갈등을 빚다 주방 등의 경우 봉사자 대신 외부업체에 용역을 주는 교회도 있다.
빈부 갈등도 교회 안에서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E교회 F목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하소연했다. 성도들이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로 나뉘어 정부 정책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면서 18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최근에는 갈등의 영역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체 채팅방은 정치적 선동의 장이 됐다. 일부 보수적 성도는 보수단체의 광화문광장 집회 소식을 교회 성도 채팅방에 올리며 집회 참석을 독려하거나 보수 성향 인사들의 개인 방송 링크를 올리곤 한다. 소통과 대화의 장이 됐던 온라인 공간은 무응답의 공간이 됐다.
“얼마 전 진보단체 집회 내용을 단톡방에 올렸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요. 그때 사람들이 왜 침묵하는지 알게 됐죠. 그렇다고 방에서 나오지도 못해요. 그러면 괜한 오해와 의심을 살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다시피 하죠.” 이천의 C교회에 다니는 40대 성도 G씨의 이야기다. 같은 교회 50대 성도 H씨도 비슷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예전엔 여전도회나 성가대 단체 채팅방에서 기도제목도 나누고 어려움도 공유했는데 이젠 말 그대로 ‘동물원’이 됐어요. 글을 올리는 사람은 일부고 나머진 창살 밖에서 보기만 하거든요.”
신학자와 전문가들은 교회가 갈등의 파고를 넘어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교회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교회는 그동안 개인의 가치나 인권, 상대방 존중 등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교회부터 훈련하면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 간 갈등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이기적’이라는 단어로 젊은 세대를 폄훼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만의 영역의식이 강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 ‘고양이’가 1980~90년대생인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이라며 “과거 희생과 복종, 훈련으로 특징 지어지는 ‘개’의 방식을 고집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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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갈등 사회 예수가 답하다] <1부> 초갈등사회, 교회는 어디에 ② 갈등, 교회를 점령하다교회도 갈등이 범람하는 ‘초갈등사회’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두 개의 예배가 열렸다. 북쪽 광장에선 성탄절연합예배 사무국 등 진보단체들이 주관한 성탄절 예배(왼쪽), 남쪽 광장에선 보수 기독교 단체가 예배를 드렸다.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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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젠 설교하기도 무서워요.” 지난 5일 만난 서울 강서구 A교회 B목사는 주일예배가 두렵다고 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로 국론이 분열됐을 당시 30대 성도가 자신에게 항의한 뒤부터다. 설교 때 국론 분열상을 언급하며 조 전 장관 논란을 언급했을 뿐인데, 청년은 “세상사를 교회로 가져오지 말라면서 왜 설교 때 정치 이야기를 하느냐”고 따졌다. B목사가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B목사는 “예전에도 설교 때 세태를 언급하면서 정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같은 이야기를 해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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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갈등은 이념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세대 간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이 강해 자비량으로 봉사활동을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들은 봉사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갈등을 빚다 주방 등의 경우 봉사자 대신 외부업체에 용역을 주는 교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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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지금 쓰레기와의 전쟁 중입니다. 전 세계 폐기물의 50%를 수입해오던 중국이 2017년 가을부터 수입문을 걸어 잠그면서 쓰레기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봄, 재활용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더니, 방치됐던 쓰레기 일부가 바다 건너 필리핀으로까지 흘러가 '쓰레기 불법 수출국'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습니다.
쓰레기 처리 난 속에서 환경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50% 줄이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려 자원순환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구체적인 실행 계획 중 하나가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홍보와 재활용품 품질 제고입니다.
2017년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이 1.93kg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한 제주는 이미 3년 전부터 자원순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는데요. 그 목적으로 시행한 제도가 바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입니다.
24시간 개방돼 재활용품과 매립·소각 쓰레기가 무차별로 섞여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기존 클린하우스(폐기물 분리 배출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건데요.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춰, 정해진 쓰레기만 배출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시행한 제도이다 보니 초기 반발이 심했는데요. 제도 시행 3년째를 맞아, 과연 도입 취지대로 재활용률이 늘어나고 있는지, 제도를 손질할 부분은 없는지 2차례 걸쳐 진단해봅니다.
배출품목 개편…'재활용도움센터' 설치로 보완
애초 제주도는 클린하우스에 △월·금요일엔 플라스틱류 △화요일엔 종이류 △수요일엔 캔·고철류 △목요일엔 스티로폼·비닐류 △토요일엔 불에 안 타는 쓰레기·병류 △일요일엔 스티로폼을 배출하도록 하고, 종량제 봉투에 담긴 불에 타는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만 매일 배출하도록 했습니다. 배출 시간도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고는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불편하다는 민원이 속출하면서 양이 많은 플라스틱류(월·수·금·일요일)와 종이류(화·목·토)를 격일제 배출로 바꾸고, 병류, 스티로폼, 캔·고철류는 매일 버릴 수 있게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가 발표한 '2019 제주 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개편 후 편리성'을 묻는 말에 불편하다는 응답이 30.9%로, 편리하다는 응답 30.4%로 조사됐습니다. 보통은 38.7%였습니다.
도민들의 불편을 보완하기 위해 제주도는 24시간 모든 품목 분리 배출이 가능한 '재활용도움센터(준광역클린하우스)' 설치에 나섰는데, 청결지킴이가 교대로 상주하면서 분리배출 품목을 안내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제주시 이도2동 재활용도움센터에서 만난 부성미씨는 "요일별 배출제가 생긴 뒤 집에 쓰레기가 항상 쌓여서 굉장히 신경 쓰였는데 매일 와서 구분 없이 버릴 수 있으니 집도 깨끗하고 좋다"고 말했습니다.
초기 반발이 심했지만 이 같은 도움센터 설치로 도민들의 불편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주도 내 도움센터는 58곳뿐, 올해까지 설치 목표인 170곳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확대가 더뎌지는 이유로 '입지 선정'과 '예산 부족'을 꼽았습니다.
CCTV·도우미 실효성 미미…혼합 배출 여전
제주시의 한 클린하우스엔 종이를 배출하는 날이지만 각종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섞여 있습니다. 불법투기 단속을 위한 CCTV를 설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내걸었지만, 실제 CCTV 적발로 과태료를 문 경우는 드뭅니다. CCTV 화질도 떨어지는 데다 행정에는 별도의 감시 인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 목적으로 클린하우스마다 관리 감독을 위한 청결도우미까지 배치했지만, 특정 시간에만 운영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추위와 어둠 속에 노인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일부 도민들의 불만과 비양심은 혼합 배출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혼합 수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큽니다. 제주시 아라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잘하는 사람은 꾸준히 잘하지만 못하는 사람은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데 제도가 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다면 수거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걸까. 새벽 시간 찾은 클린하우스엔 플라스틱을 버리는 날이지만 종이와 비닐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었는데, 미화원들은 플라스틱과 매일 배출 품목인 캔과 고철만 골라 차에 실었습니다.
김병근 환경미화원은 "최대한 재활용만 수거하고 혼합된 쓰레기는 분리해서 다시 (클린하우스에) 놓고 가고 있지만 작은 검은 비닐봉지 안에 있는 걸 일일이 확인하긴 힘들다"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 지 시일이 꽤 지났는데도 일반 시민들이 요일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미화원들은 종량제 봉투와 재활용품을 각각 따로 수거했는데, 종량제 봉투는 소각장으로, 플라스틱과 캔은 재활용선별장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배출 품목인 병, 스티로폼, 종이, 비닐은 재활용 업체로 보낸다고 답했습니다.
3년 새 매립량 31%↓·재활용 수거량 19%↑
재활용선별장에 놓인 뒤섞인 쓰레기는 맨눈으로 분리작업을 거친 뒤, 선별 벨트 위에 올립니다. 플라스틱은 재질별로 분류하고, 캔과 고철은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분류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오염돼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명준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소 주무관 "플라스틱 등에 음식물들이 섞여 있어서 선별기에 선별 효율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재활용품으로 분류하지 않고 태우는 쓰레기로 다시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요일별 배출제 시행 이후 쓰레기는 얼마나 줄고, 재활용 수거량은 얼마나 늘었을까.
제주도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매립량은 2016년 303톤에서 2018년 209톤으로 31% 줄고, 재활용 수거량은 470톤에서 559톤으로 19% 늘었습니다. 인구가 느는 가운데 1인당 1일 쓰레기 발생량이 2016년 1.97kg에서 2018년 1.91kg으로 소폭 줄어든 것도 소기의 성과입니다.
그런데 소각량은 줄지 않고, 음식물을 제외한 전체 생활폐기물 가운데 재활용률은 2016년 36%에서 지난해 8월 기준 44.5%로 끌어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재활용품 수거량 19% 늘어도 처리 막막…재활용 산업 활성화 필요
선별된 플라스틱을 도내 모 재활용업체로 보내면, 감귤 상자 등으로 재가공하거나 압축해 다른 지방으로 반출합니다. 부정석 플라스틱 재활용업체 과장은 "반입량 대비해서 70%는 도외 반출이 되고 있고 30%는 도내에서 제품 제조 및 도매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수거량이 늘어도 처리에 한계가 있어 마냥 반길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폐비닐 재활용업체의 경우, 폐비닐로 만든 정제유의 판매처가 줄다 보니 폐비닐 7백 톤을 쌓아둔 채 더는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태윤 폐비닐 재활용업체 대표는 "폐비닐, 폐플라스틱 양이 두 배가량 늘어난 게 현실"이라며 "그렇지만 현재 폐비닐을 통해 만든 자원인 열분해 정제유가 순환이 안 되고 있다"며 막막함을 토로했습니다.
폐지도 처리 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경식 종이 재활용업체 부장은 "폐지량은 점차 상당히 증가했는데 도내에서 그걸로 재생하고 재활용해서 최종 소비되는 양이나 정도는 상당히 많이 둔화된 것 같다"며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재활용품 배출뿐 아니라 재활용품 처리를 위한 고민도 큰 과제가 된 겁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해상물류비와 장비 지원 등을 약속하며 '3R 재활용센터'와 '자원순환종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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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지금 쓰레기와의 전쟁 중입니다. 전 세계 폐기물의 50%를 수입해오던 중국이 2017년 가을부터 수입문을 걸어 잠그면서 쓰레기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봄, 재활용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더니, 방치됐던 쓰레기 일부가 바다 건너 필리핀으로까지 흘러가 '쓰레기 불법 수출국'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습니다.
쓰레기 처리 난 속에서 환경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50% 줄이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려 자원순환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구체적인 실행 계획 중 하나가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홍보와 재활용품 품질 제고입니다.
2017년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이 1.93kg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한 제주는 이미 3년 전부터 자원순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는데요. 그 목적으로 시행한 제도가 바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입니다.
24시간 개방돼 재활용품과 매립·소각 쓰레기가 무차별로 섞여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기존 클린하우스(폐기물 분리 배출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건데요.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춰, 정해진 쓰레기만 배출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시행한 제도이다 보니 초기 반발이 심했는데요. 제도 시행 3년째를 맞아, 과연 도입 취지대로 재활용률이 늘어나고 있는지, 제도를 손질할 부분은 없는지 2차례 걸쳐 진단해봅니다.
배출품목 개편…'재활용도움센터' 설치로 보완
애초 제주도는 클린하우스에 △월·금요일엔 플라스틱류 △화요일엔 종이류 △수요일엔 캔·고철류 △목요일엔 스티로폼·비닐류 △토요일엔 불에 안 타는 쓰레기·병류 △일요일엔 스티로폼을 배출하도록 하고, 종량제 봉투에 담긴 불에 타는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만 매일 배출하도록 했습니다. 배출 시간도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고는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불편하다는 민원이 속출하면서 양이 많은 플라스틱류(월·수·금·일요일)와 종이류(화·목·토)를 격일제 배출로 바꾸고, 병류, 스티로폼, 캔·고철류는 매일 버릴 수 있게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가 발표한 '2019 제주 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개편 후 편리성'을 묻는 말에 불편하다는 응답이 30.9%로, 편리하다는 응답 30.4%로 조사됐습니다. 보통은 38.7%였습니다.
도민들의 불편을 보완하기 위해 제주도는 24시간 모든 품목 분리 배출이 가능한 '재활용도움센터(준광역클린하우스)' 설치에 나섰는데, 청결지킴이가 교대로 상주하면서 분리배출 품목을 안내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제주시 이도2동 재활용도움센터에서 만난 부성미씨는 "요일별 배출제가 생긴 뒤 집에 쓰레기가 항상 쌓여서 굉장히 신경 쓰였는데 매일 와서 구분 없이 버릴 수 있으니 집도 깨끗하고 좋다"고 말했습니다.
초기 반발이 심했지만 이 같은 도움센터 설치로 도민들의 불편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주도 내 도움센터는 58곳뿐, 올해까지 설치 목표인 170곳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확대가 더뎌지는 이유로 '입지 선정'과 '예산 부족'을 꼽았습니다.
CCTV·도우미 실효성 미미…혼합 배출 여전
제주시의 한 클린하우스엔 종이를 배출하는 날이지만 각종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섞여 있습니다. 불법투기 단속을 위한 CCTV를 설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내걸었지만, 실제 CCTV 적발로 과태료를 문 경우는 드뭅니다. CCTV 화질도 떨어지는 데다 행정에는 별도의 감시 인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 목적으로 클린하우스마다 관리 감독을 위한 청결도우미까지 배치했지만, 특정 시간에만 운영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추위와 어둠 속에 노인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일부 도민들의 불만과 비양심은 혼합 배출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혼합 수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큽니다. 제주시 아라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잘하는 사람은 꾸준히 잘하지만 못하는 사람은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데 제도가 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다면 수거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걸까. 새벽 시간 찾은 클린하우스엔 플라스틱을 버리는 날이지만 종이와 비닐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었는데, 미화원들은 플라스틱과 매일 배출 품목인 캔과 고철만 골라 차에 실었습니다.
김병근 환경미화원은 "최대한 재활용만 수거하고 혼합된 쓰레기는 분리해서 다시 (클린하우스에) 놓고 가고 있지만 작은 검은 비닐봉지 안에 있는 걸 일일이 확인하긴 힘들다"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 지 시일이 꽤 지났는데도 일반 시민들이 요일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미화원들은 종량제 봉투와 재활용품을 각각 따로 수거했는데, 종량제 봉투는 소각장으로, 플라스틱과 캔은 재활용선별장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배출 품목인 병, 스티로폼, 종이, 비닐은 재활용 업체로 보낸다고 답했습니다.
3년 새 매립량 31%↓·재활용 수거량 19%↑
재활용선별장에 놓인 뒤섞인 쓰레기는 맨눈으로 분리작업을 거친 뒤, 선별 벨트 위에 올립니다. 플라스틱은 재질별로 분류하고, 캔과 고철은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분류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오염돼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명준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소 주무관 "플라스틱 등에 음식물들이 섞여 있어서 선별기에 선별 효율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재활용품으로 분류하지 않고 태우는 쓰레기로 다시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요일별 배출제 시행 이후 쓰레기는 얼마나 줄고, 재활용 수거량은 얼마나 늘었을까.
제주도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매립량은 2016년 303톤에서 2018년 209톤으로 31% 줄고, 재활용 수거량은 470톤에서 559톤으로 19% 늘었습니다. 인구가 느는 가운데 1인당 1일 쓰레기 발생량이 2016년 1.97kg에서 2018년 1.91kg으로 소폭 줄어든 것도 소기의 성과입니다.
그런데 소각량은 줄지 않고, 음식물을 제외한 전체 생활폐기물 가운데 재활용률은 2016년 36%에서 지난해 8월 기준 44.5%로 끌어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재활용품 수거량 19% 늘어도 처리 막막…재활용 산업 활성화 필요
선별된 플라스틱을 도내 모 재활용업체로 보내면, 감귤 상자 등으로 재가공하거나 압축해 다른 지방으로 반출합니다. 부정석 플라스틱 재활용업체 과장은 "반입량 대비해서 70%는 도외 반출이 되고 있고 30%는 도내에서 제품 제조 및 도매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수거량이 늘어도 처리에 한계가 있어 마냥 반길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폐비닐 재활용업체의 경우, 폐비닐로 만든 정제유의 판매처가 줄다 보니 폐비닐 7백 톤을 쌓아둔 채 더는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태윤 폐비닐 재활용업체 대표는 "폐비닐, 폐플라스틱 양이 두 배가량 늘어난 게 현실"이라며 "그렇지만 현재 폐비닐을 통해 만든 자원인 열분해 정제유가 순환이 안 되고 있다"며 막막함을 토로했습니다.
폐지도 처리 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경식 종이 재활용업체 부장은 "폐지량은 점차 상당히 증가했는데 도내에서 그걸로 재생하고 재활용해서 최종 소비되는 양이나 정도는 상당히 많이 둔화된 것 같다"며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재활용품 배출뿐 아니라 재활용품 처리를 위한 고민도 큰 과제가 된 겁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해상물류비와 장비 지원 등을 약속하며 '3R 재활용센터'와 '자원순환종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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