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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상. /더팩트DB
"가장 확실한 흉악범 단죄"…'가석방 없는 종신형' 절충안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제거, 추방함으로써 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세 청년을 흉기로 찔러 살해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성수(30)에게 검찰이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21일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난 6월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김씨의 불복으로 진행 중인 항소심 결심공판이었다. 검찰은 1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가축을 도살할 때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범행방식의 잔혹함을 이유로 연달아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1997년 12월 30일부터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에서 사형이라는 형벌은 대체 어떤 것일까.
◆'사형'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지난 2007년부터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49)과 강호순(50) 등 법원은 흉악범에 한해 사형을 선고해 왔다. 이마저도 대법원이 2016년 2월 부대원 5명을 사살한 'GOP 총기난사 사건' 범인 임모 병장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 확정을 끝으로 사형을 선고하지 않고 있다.
선고보다 무거운 형을 요청하는 경향이 있는 결심공판에서 사형이란 그다지 생소한 형벌은 아니다. 이번 해에만 검찰은 '한강 토막살인사건' 범인 장대호와 직장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30대 남성 정모 씨 등 죄질이 극히 나쁜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외에도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2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오원춘에도 사형을 구형했는데 두 사건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검찰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한국 법원에서도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법조계는 형의 집행보다 사형이라는 형벌만이 갖는 특수성에 주목한다. 검사 출신인 김광삼 법무법인 더쌤 변호사는 "검찰이 매 결심마다 밝히듯 같은 살인사건이라도 통상 범행 방식의 잔혹함, 피해자 유족과 합의가 안됐을 때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사형을 구형한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뿐 사형제도가 건재한 나라라 검찰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사형을 구형할 수 있다"며 "사형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는 형벌이다. 무기징역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감형될 수 있는 형벌이지만 사형은 그렇지 않아 흉악 범죄에 가장 적합한 형벌"이라고 분석했다.
여중생 딸의 친구를 추행한 뒤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해 2월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결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았던 이씨는 이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더팩트DB
◆형벌 중 '최고참'사형…최선의 형벌일까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20년을 넘겼지만 사형제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존치를 더 지지한다. 지난 8월 한국갤럽이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69%가 사형 제도를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형수를 직접 마주할 법조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2015년 변호사 14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사형제 존치 의견이 53%(752명)로 과반수였다. 이중 42%는 이유로 "흉악범 사형은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을 들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끔찍하게 빼앗은 흉악범에게 최선의 형벌이라는 이유다.
사형의 형벌적 기능에 의문을 품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진심어린 회개와 반성이 궁극적 목적인 근대 형사사법체계에서 사형은 교화할 기회마저 박탈해서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인류는 사형이라는 제도를 수 천년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사형제도로 범죄를 막는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건 증명된 바 없다"며 "범인이 일정한 과정을 거쳐 죄를 뉘우치고 공동체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현대 형벌의 궁극적 목적이고 교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형은 교정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벌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사회 불안을 야기한다. 사형제 부재로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라는 절충안으로 한 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대법원은 간첩으로 몰려 1972년 사형된 박노수 전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와 김규남 전 민주공화당 의원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3년이 지난 2017년 6월에는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으로 1985년 사형된 이들에게도 무죄를 확정했다.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할 당사자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점에서 사형제도의 필요성과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최근 오심가능성이 낮아진 건 사실이나 여전히 이를 간과하기 어렵다"며 "미국 사례에 따르면 흑인 피고인의 사형당한 비율이 더 높다. 선별적으로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펄럭이는 헌법재판소 깃발. /더팩트DB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지난 2월 사형을 규정한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형제가 심판대에 오르는 건 1996년, 2010년 각각 7대 2, 5대 4로 합헌 결정이 난 이후 세번째다. 김준우 변호사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헌법상 위헌이라는 시각도 많다. 다만 군법에서는 전쟁 등 특수한 상황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해석 여지가 (헌법상) 가능하다"며 "다음 해에 사형제가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 법원에서의 사형제도는 위헌이고 군사법원은 예외가 된다는 의견이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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