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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독일 정부가 올해 대규모 정전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현금 배달'(emergency cash deliveries)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독일 금융감독청(BaFin), 여러 금융산업협회 등은 정전 중에도 경제활동을 유지할 대책 가운데 하나로 이 계획을 논의했다.
현금 사용량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하는 이번 계획에는 분데스방크가 직접 참여할 예정이며, 중앙은행으로부터 각 지점과 현금인출기로 현금을 배달할 운송업자에게 주유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그간 대외적으로는 정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관측했지만, 실제로는 정전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러시아가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독일은 에너지 공급 부족에 따른 전력가격 급등, 전력망에 대한 파괴공작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풍케미디어그룹의 지난주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40% 이상이 향후 6개월 동안의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독일 재난 당국은 국민들에게 비상 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해둘 것을 당부했고, 금융감독기관도 이를 완전히 새로운 위협으로 평가하고 있다.
은행들의 경우 완전 정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지만 역시 관련 부처 관계자들과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다.
이번 계획은 특히 정전에 따른 현금 수요 급증과 인출 제한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금의 안전성과 익명성을 중요시하는 독일인들은 다른 유럽 국민들과 비교해 현금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분데스방크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하루 구매비용의 약 60%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있으며, 인당 매년 6천600유로(약 900만원)의 현금을 인출한다.
특히 독일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현금 총 200억유로(약 27조원)을 인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독일 정부는 큰 무리 없이 위기를 넘겼지만,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로이터는 관측했다.
실제 독일은 거래방식이 전자화함에 따라 상업활동의 기술 의존도가 높아졌고, 현금인출기의 경우 비상전력도 갖추지 않고 있다.
정전 상황 속에서는 현금이 사실상 유일한 지불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충분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다만 독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전에 대비한 비상 계획 마련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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