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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애차신 작성일19-08-20 00:58 조회1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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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를 열어보니 미화 3000달러가 들어 있었다. 너무 놀랐다. 평생 처음 보는 큰돈이었다. 놀라 당황해하는 나를 본 그가 말했다. “너무 적어 별로 도움이 안 될 거에요. 그저 마음뿐이에요.”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나오려 했다. 난 그저 “감사합니다. 미국에 가면 꼭 소식을 알리겠습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이 일본 고베인 그의 이름은 니시나 도모코다. 나보다 일곱 살 연상인 누님이었다. 그는 당시 베이징에서 7년 가까이 중국문학을 공부하며 대학원에서 학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중에 그의 부모님이 목회자로 일생을 헌신하다 은퇴했고 막내 남동생도 목사로 사역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튿날 그가 택시비와 여비를 챙겨 주며 나를 배웅해줬다. 나는 기차를 타고 해안도시 다롄에 가보기로 했다. 큰 해안 도시라 미국으로 가는 여객선이든, 화물선이든 많을 것 같았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다롄에 도착했지만 갈 곳도 대책도 없었던 나는 신문을 주워다가 노숙자들 틈에 숨어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났다. 공안이 우리를 급습한 것이었다. 난 꼼짝없이 체포돼 임시구류시설로 보내졌다. 큰일이었다. 탈북자인 게 드러나면 북한으로 압송될 것이고 그러면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눈앞이 까매졌다.
이틀이 지난 뒤 공안들이 나를 불러냈다. 방으로 들어선 나는 무작정 “당신들 어떻게 이렇게 무법이요. 나는 남한 사람이요. 그런데 당신들이 나를 이틀 동안이나 불법으로 구류했소”라고 큰소리로 항의했다. 그러자 그 공안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여권을 잃어버렸다고 둘러대는 내게 공안들은 “그럼 남한 대사관에 전화를 해보겠다”고 했다. 난 “괜히 전화비 낭비하지 마시고 여기 내가 남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게요”하며 도모코 누님이 준 미화 100달러짜리 지폐 30장을 책상 위에 꺼내놓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공안들은 ‘돈이 많은 걸 보니 남한사람 맞는 거 같다’며 수군거렸다.
결국 그들은 내 사진과 지장을 받는 선에서 풀어줬다. 천만다행으로 풀려난 나는 도모코 누님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괜히 잘못 돌아다니면 또다시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으로 돌아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나를 본 누님은 깜짝 놀라셨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듣고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를 받아줬다.
다시 그의 신세를 지는 동안 난 예전 중국 유학 시절 인정도 많고 학생들의 존경도 받던 한 중국인 여교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 역시 나를 위해 미국으로 가는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봐줬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갔다.
난 극심한 좌절감에 빠졌고 북으로 압송되는 악몽까지 꾸며 나날이 피폐해져만 갔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도모코 누님이 책 한 권을 내밀었다. 검은색 표지의 한국 책이었다. ‘현대인의 성경’이라고 쓰여 있었다. 성경이 뭔지를 묻는 내게 누님은 많은 이야기가 있어 다 설명할 수는 없고 우선 ‘요한복음’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했다. 거기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나는 ‘무슨 희망이지? 혹시 미국으로 가는 길을 찾는 방법인가’ 하는 생각에 성경책을 와락 붙들었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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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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