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국제통상 전문 오기형 "日 수출규제 1년, 성공적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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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증윤용 작성일20-07-05 18:57 조회1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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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영입인재 5호'였다. 중국통이자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 출신인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 구상을 뒷받침할 핵심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21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오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패키지 법안 처리, 코로나19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 남북 경제협력 문제에 관심이 많다. /국회=남윤호 기자
"인국공 논란, 근본 해결 위해 보수 시스템 들여다 봐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허허. 대통령께 참 죄송했는데… 별도로 뵐 기회 있겠죠."
'문재인 영입인재 5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도봉을)이 두 차례 도전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2016년 1월 당시 문재인 당 대표 손에 이끌려 정치에 입문한 오 의원은 20대 총선 전날 밤 문 대통령이 마지막 유세를 도울 만큼 아끼는 '문재인 키즈'다. 정치에 발 들이기 전까지 중국 업무를 총괄하는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였던 그는 '남북 경제 공동체'를 구상해온 문 대통령의 꿈을 뒷받침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21대 총선 승리 후 청와대로부터 별도의 축하 전화는 없었다고 한다. 오 의원은 "20대 총선 때 마지막까지 오셔서 고생해주셨는데 떨어져서 죄송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 일본 경제보복 당시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더팩트>는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40여 분간 일본 수출규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의 대응과 향후 과제, '경제공동체 구축' 과제와 해법 등에 대해 물었다. 오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통상전문 법안자로 활동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듯이 굵직한 현안에 막힘없이 답했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간사를 맡았던 오 의원은 일본 수출규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당의 대응에 합격점을 줬다.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한일, 종이칼로 대치하는 꼴...미래지향 관계 고민"
오 의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마침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오 의원은 수출규제를 둘러싼 현 한일 관계에 대해 "서로가 칼은 빼 들었는데 쓰지 못하는 종이칼이 됐다. 자존심이 상해 칼집에 집어넣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4개 부품 중심으로 수출을 중단하고,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거미줄 위에서 한 바퀴 돌면 자기 위치로 되돌아오듯이 (우리에 대한 수출 규제는) 일본 스스로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구축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70% 가까이 되는데 (수출 규제로) 우리가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면 전 세계 제품에 영향을 미치니 일본이 (수출 통제를) 멈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그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부품·장비 독립의 필요성을 느꼈고, 공급망 다변화와 직접 생산 정책을 취해서 일본에 대한 의존성과 리스크를 많이 완화한 상태"라며 "그런 의미에서 (수출 규제) 1라운드는 적절하게 방어했고, 일본은 헛발질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수출규제 초반에는 당 특위 출범 등 정치적 판단 속에서의 대응이 주로 있었지만, 이제는 양국이 정상적 외교통상 채널로 대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당은 행정부의 기능과 역할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통상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한일 문제를 풀 해법은 '지속적인 대화'다. 오 의원은 "여전히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슈가 있는데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이웃으로, 서로가 공동 이익을 위해 교류 협력하는 게 맞다. 신뢰를 쌓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우리도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의 또 다른 관심사는 '남북 관계'다. 그는 4년 전 인재영입 당시에도 "언젠가는 기차로, 자동차로, 걸어서 대륙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남북 경제통일을 주창했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평화 구축'이란 "실질적인 경제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어떤 시기에는 협조적,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시기에는 갈등, 긴장 국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전략적 입장이나 시각이 바뀐 건 없다. 변화 국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해 갈 것인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오 의원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일관성 있게 (남북 정책을) 더 추진하지 못한 점은 반성할 부분"이라면서 "한반도 외교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한반도의 평화와, 한반도의 경제적 교류와 번영이라는 목표의 내용을 축적하고, 주변국에 일관되게 설득하는 것이다.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과의 부분적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대내적으로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 정책 입장이 유지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사회가 합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해 '양극화 해소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고, 우리나라의 보수 시스템도 돌아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남윤호 기자
◆ "인국공 사태,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접근해야"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 결정으로 '공정성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달리 오 의원은 색다른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봤다.
그는 "인국공 사태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접근하지만, 이보다 앞서 우리 사회 전반적 이슈인 '양극화 해소'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언제까지 관철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가 있고, 또 호봉제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오래하면 보수를 더 주는 시스템이 적절한가에 대한 것도 있다"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양극화 해소 방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를 푸는 궁극적인 수단은 아니다. 사실 비정규직은 고용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임금을 더 줘야 한다. 이런 사회적 이슈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날 선 반박과 논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호봉제 시스템에 대한 변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수 개념이 변화해야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거대 여당을 이끌 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묻자 예상외로 "국민은 지금 당 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다. 국민의 주된 관심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오 의원은 "이런 상황 속에서 당권, 대권 경쟁을 조기에 가시화시키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시화하고 있는데 국민의 요구는 국난 극복을 위해 앞장서라는 게 가장 큰 것 같고,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이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 점에서) 대권 후보들이 당권 레이스에 나오는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 있다. 코로나19 극복의 중심은 여전히 문 대통령이다. 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논쟁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또 20대 대선을 위한 '공정한 관리자' 역할도 차기 당 대표에게 요구된다고 봤다. 오 의원은 "당 기본 원칙과 기본 질서에 따라 후보를 선출하고, 뽑힌 후보를 위해 단합된 모습으로 호소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 결단에 대해선 "미래통합당이 왜 (11대 7이라는 협상안을) 안 받았을까 아쉽고 의문"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통합당이 함께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도 유연하게 사고해야 한다. 또 통합당을 찍었던 41%의 국민 목소리와 의견도 들으면서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선주자가 당 대표에 도전하는 데 대해선 부정 평가했다. 자칫 현재 권력과 미래권력간 이중권력체제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거대 여당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 '징벌적 손해배상제' 패키지 도입 등 과제 긴 호흡으로 추진
오 의원은 향후 의정활동 목표를 묻자 "호흡을 차분히 하면서 나아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 여당으로선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던 것들을 이행하는 방식으로 170여석 의석수에 대한 책임정치를 해나가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중 하나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 패키지 도입이다. 그는 "손해배상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제도적 틀 속에서 논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문제를 제기하면서 변화도 함께 모색해보려 한다"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경제활동 중 불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했다면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로 얻은 이익을 모두 토해내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익집단의 불법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 의원은 그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당초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희망 상임위로 요청했지만 정무위원회로 배정받았다. 오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구조조정 발생 가능성과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사회적으로 기간산업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하고, 구조조정 후 사회적 갈등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항공산업이다. 2~30%는 이대로 두면 파산할 위기에 있다. 결국 이들을 살리긴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국가돈이 투입돼야 한다. 투입·회수 방식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 �瓚뗌㎰廢립� 산하 산업은행 등 정무위 산하 기관들이 구조조정 업무를 주로 하는데 이에 대한 정무위 차원의 감시와 가이드가 필요하다"면서 정무위 위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다. 도봉을의 가장 큰 현안은 '교통' 문제다. 오 의원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창동역-의정부역-삼성역을 잇는 GTX 개통, 경전철 순환 노선 공사 추진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역구 교통 산업 추진 현황에 대해 묻자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민자 문제가 있어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신설동-우이동-상계역으로 이어지는 우이 경전철 순환선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협조를 많이 받고 있어 서울시 예산은 확보했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GTX 조기 착공은 강북구 민주당 의원들과 연대해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며 막힘없이 답했다.
☞ 오기형 의원은 누구? 1966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광주 조선대학교부속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 졸업, 미국 UC버클리 법학 석사,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전 법무법인 태평양 중국상해사무소 수석대표로 '중국 경제통'으로 불렸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도봉(을)에 출마했다가 석패했다.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간사, 전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고, 21대 총선에서 도봉(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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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영입인재 5호'였다. 중국통이자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 출신인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 구상을 뒷받침할 핵심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21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오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패키지 법안 처리, 코로나19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 남북 경제협력 문제에 관심이 많다. /국회=남윤호 기자
"인국공 논란, 근본 해결 위해 보수 시스템 들여다 봐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허허. 대통령께 참 죄송했는데… 별도로 뵐 기회 있겠죠."
'문재인 영입인재 5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도봉을)이 두 차례 도전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2016년 1월 당시 문재인 당 대표 손에 이끌려 정치에 입문한 오 의원은 20대 총선 전날 밤 문 대통령이 마지막 유세를 도울 만큼 아끼는 '문재인 키즈'다. 정치에 발 들이기 전까지 중국 업무를 총괄하는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였던 그는 '남북 경제 공동체'를 구상해온 문 대통령의 꿈을 뒷받침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21대 총선 승리 후 청와대로부터 별도의 축하 전화는 없었다고 한다. 오 의원은 "20대 총선 때 마지막까지 오셔서 고생해주셨는데 떨어져서 죄송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 일본 경제보복 당시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더팩트>는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40여 분간 일본 수출규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의 대응과 향후 과제, '경제공동체 구축' 과제와 해법 등에 대해 물었다. 오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통상전문 법안자로 활동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듯이 굵직한 현안에 막힘없이 답했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간사를 맡았던 오 의원은 일본 수출규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당의 대응에 합격점을 줬다.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한일, 종이칼로 대치하는 꼴...미래지향 관계 고민"
오 의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마침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오 의원은 수출규제를 둘러싼 현 한일 관계에 대해 "서로가 칼은 빼 들었는데 쓰지 못하는 종이칼이 됐다. 자존심이 상해 칼집에 집어넣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4개 부품 중심으로 수출을 중단하고,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거미줄 위에서 한 바퀴 돌면 자기 위치로 되돌아오듯이 (우리에 대한 수출 규제는) 일본 스스로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구축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70% 가까이 되는데 (수출 규제로) 우리가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면 전 세계 제품에 영향을 미치니 일본이 (수출 통제를) 멈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그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부품·장비 독립의 필요성을 느꼈고, 공급망 다변화와 직접 생산 정책을 취해서 일본에 대한 의존성과 리스크를 많이 완화한 상태"라며 "그런 의미에서 (수출 규제) 1라운드는 적절하게 방어했고, 일본은 헛발질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수출규제 초반에는 당 특위 출범 등 정치적 판단 속에서의 대응이 주로 있었지만, 이제는 양국이 정상적 외교통상 채널로 대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당은 행정부의 기능과 역할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통상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한일 문제를 풀 해법은 '지속적인 대화'다. 오 의원은 "여전히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슈가 있는데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이웃으로, 서로가 공동 이익을 위해 교류 협력하는 게 맞다. 신뢰를 쌓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우리도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의 또 다른 관심사는 '남북 관계'다. 그는 4년 전 인재영입 당시에도 "언젠가는 기차로, 자동차로, 걸어서 대륙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남북 경제통일을 주창했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평화 구축'이란 "실질적인 경제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어떤 시기에는 협조적,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시기에는 갈등, 긴장 국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전략적 입장이나 시각이 바뀐 건 없다. 변화 국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해 갈 것인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오 의원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일관성 있게 (남북 정책을) 더 추진하지 못한 점은 반성할 부분"이라면서 "한반도 외교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한반도의 평화와, 한반도의 경제적 교류와 번영이라는 목표의 내용을 축적하고, 주변국에 일관되게 설득하는 것이다.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과의 부분적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대내적으로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 정책 입장이 유지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사회가 합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해 '양극화 해소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고, 우리나라의 보수 시스템도 돌아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남윤호 기자
◆ "인국공 사태,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접근해야"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 결정으로 '공정성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달리 오 의원은 색다른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봤다.
그는 "인국공 사태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접근하지만, 이보다 앞서 우리 사회 전반적 이슈인 '양극화 해소'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언제까지 관철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가 있고, 또 호봉제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오래하면 보수를 더 주는 시스템이 적절한가에 대한 것도 있다"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양극화 해소 방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를 푸는 궁극적인 수단은 아니다. 사실 비정규직은 고용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임금을 더 줘야 한다. 이런 사회적 이슈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날 선 반박과 논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호봉제 시스템에 대한 변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수 개념이 변화해야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거대 여당을 이끌 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묻자 예상외로 "국민은 지금 당 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다. 국민의 주된 관심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오 의원은 "이런 상황 속에서 당권, 대권 경쟁을 조기에 가시화시키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시화하고 있는데 국민의 요구는 국난 극복을 위해 앞장서라는 게 가장 큰 것 같고,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이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 점에서) 대권 후보들이 당권 레이스에 나오는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 있다. 코로나19 극복의 중심은 여전히 문 대통령이다. 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논쟁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또 20대 대선을 위한 '공정한 관리자' 역할도 차기 당 대표에게 요구된다고 봤다. 오 의원은 "당 기본 원칙과 기본 질서에 따라 후보를 선출하고, 뽑힌 후보를 위해 단합된 모습으로 호소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 결단에 대해선 "미래통합당이 왜 (11대 7이라는 협상안을) 안 받았을까 아쉽고 의문"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통합당이 함께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도 유연하게 사고해야 한다. 또 통합당을 찍었던 41%의 국민 목소리와 의견도 들으면서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선주자가 당 대표에 도전하는 데 대해선 부정 평가했다. 자칫 현재 권력과 미래권력간 이중권력체제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거대 여당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 '징벌적 손해배상제' 패키지 도입 등 과제 긴 호흡으로 추진
오 의원은 향후 의정활동 목표를 묻자 "호흡을 차분히 하면서 나아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 여당으로선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던 것들을 이행하는 방식으로 170여석 의석수에 대한 책임정치를 해나가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중 하나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 패키지 도입이다. 그는 "손해배상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제도적 틀 속에서 논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문제를 제기하면서 변화도 함께 모색해보려 한다"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경제활동 중 불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했다면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로 얻은 이익을 모두 토해내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익집단의 불법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 의원은 그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당초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희망 상임위로 요청했지만 정무위원회로 배정받았다. 오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구조조정 발생 가능성과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사회적으로 기간산업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하고, 구조조정 후 사회적 갈등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항공산업이다. 2~30%는 이대로 두면 파산할 위기에 있다. 결국 이들을 살리긴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국가돈이 투입돼야 한다. 투입·회수 방식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 �瓚뗌㎰廢립� 산하 산업은행 등 정무위 산하 기관들이 구조조정 업무를 주로 하는데 이에 대한 정무위 차원의 감시와 가이드가 필요하다"면서 정무위 위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다. 도봉을의 가장 큰 현안은 '교통' 문제다. 오 의원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창동역-의정부역-삼성역을 잇는 GTX 개통, 경전철 순환 노선 공사 추진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역구 교통 산업 추진 현황에 대해 묻자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민자 문제가 있어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신설동-우이동-상계역으로 이어지는 우이 경전철 순환선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협조를 많이 받고 있어 서울시 예산은 확보했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GTX 조기 착공은 강북구 민주당 의원들과 연대해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며 막힘없이 답했다.
☞ 오기형 의원은 누구? 1966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광주 조선대학교부속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 졸업, 미국 UC버클리 법학 석사,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전 법무법인 태평양 중국상해사무소 수석대표로 '중국 경제통'으로 불렸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도봉(을)에 출마했다가 석패했다.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간사, 전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고, 21대 총선에서 도봉(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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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더팩트DB
'정경심 법정'에 선 한인섭 원장…"피의자 증인도 변호인 조력 받아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혐의 중 자녀 입시비리 혐의의 증인이다. 정 교수는 고교생이던 딸에게 '허위 스펙'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학술 세미나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허위 확인서를 받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혐의(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한 원장은 재판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5월12일 "재판하는 날 기관장들과의 회의가 잡혔고, 해당 사건은 10년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는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정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사유가 부적절하다며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고 다시 소환했다. 이후 한 원장은 지난 2일 정 교수의 21차 공판에 출석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던 한 원장은 법정에서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로 법학자는 왜 자신의 권리를 호소한 것일까.
◆증언거부권 행사의 대가는 과태료 500만원?
한 원장은 앞서 자신의 변호인이 동석한 상태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신뢰관계자가 동석하도록 법이 정하는 신체·장애인이나 13세 미만의 아동, 현저한 불안과 긴장이 우려되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반려했다. 하지만 한 원장은 증인 선서를 한 뒤 재판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 4분간 반려된 의견서 내용을 소명했다.
한 원장은 먼저 "검찰은 저를 처음엔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다음엔 피의자로 전환했다. 저는 구성요건, 증거관계, 공소시효 어느 점을 봐도 피의자가 될 이유가 없어 항의하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어쨌든 저는 현재 피의자"라며 "당연히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권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에 대한 기소 여부는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 영역이다. 참고인, 피의자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제 법정 증언도 기소든 불기소든 판단 자료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본 법정에서 검사가 할 질문은 전부 피의자·참고인 조사 때 나온 질문의 범위일 거라 생각한다. 법정이 검찰 조사실의 연장선상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잠시 휴정한 뒤 한 원장의 검찰 진술 조서를 정 교수 변호인단이 모두 동의하는 걸 보고 증인 채택결정을 철회했다. 한 원장은 법정에 온 지 40여분 만에 퇴장했다. 과태료 부과 결정 이의제기 기한을 넘긴 그는 이날 법정에 출석했지만 '법적 절차상' 500만 원 납부가 확정됐다.
최근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는 법
대부분의 증인은 법정에서 어쩌면 피고인보다 수동적인 존재다. 검찰과 변호인이 묻는 질문에만 답을 해야하며, 배경을 설명하면 '묻는 질문에만 답하라'는 제지를 받기도 한다. 스스로 발언하려면 "재판장님,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라고 허락을 구해야 한다. 한 원장은 이날 재판에서 약 4분간 자신의 증언거부 사유를 피력했다. 자신의 양옆을 둘러싼 대부분이 그의 서울대 후배, 제자였다. 여러모로 생소한 풍경이다.
한 원장이 언급한 진술거부권과 증언거부권은 말 그대로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각각 진술과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권리다.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부여한다.
증언거부권이란 법정의 증인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무조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해당 권리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148조를 보면 △자신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이 기소되거나 형사처벌받을 위험이 있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다. 공무원인 경우 공무상비밀에 관해, 특정 직업군은 업무상비밀에 관해서도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허락해야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같은 법률 "제146조 증인의 자격, 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는 조항에 비하면 법정에서 증인의 처지만큼이나 증언거부권을 규정한 조항도 '수동적'이다. 법원은 사건 당사자에게 이같은 권리를 고지하고 선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같은 절차 없이도 증인이 위증을 했다면 위증죄로 처벌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전 남편의 재판에서 "제가 운전했다"고 증언한 40대 여성이었다. 다만 판결문에 따르면 이 여성은 증언거부권을 고지받고 선서를 했더라도 거짓 증언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길 원하는 증인은 대부분 자신이나 가까운 사이의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을까 염려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재판 특성상 법원이 증언거부권을 허락해도 법정 문턱을 넘는 순간 사실상 권리가 무력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 또는 변호인, 재판부가 묻는 질문마다 "저 또는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공소제기,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대답하기도 곤욕스럽다는 설명이다. 신문이 길어지고 증인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 되는 상황도 재판에서 그다지 드문 광경이 아니라는 점 역시 증언거부권 행사의 장애물 중 하나다.
증언 거부에 '성공'해도 재판부의 심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증언거부권과 진술거부권 모두 행사하면 마치 유죄 심증처럼,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진술 또는 증언을 피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법정 문화와 검찰 수사 문화가 있다"며 "원론적으로는 법원에서의 증언거부권 행사가 보장돼 있지만 어떤 질문에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면 과연 우리 법원은 '법과 양심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행사 중이구나'라고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자칫하면 '참고인→피의자→피고인' 피의자 증인의 공포
하지만 진술 거부가 예상되는 사람을 덮어놓고 증인으로 신청, 채택하지도 않는게 능사는 아니다. 법원의 존재 이유는 국가형벌권 행사와 더불어 실체적 진실 입증이다. 또 검찰 조사실과 달리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의 다각도적 시각의 신문이 진행된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조사나 신문을 경계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법정 증언은 절대 신빙성을 갖는다.
문제는 이 법정 증언의 절대 신빙성은 어떤 증인에게는 유난히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한 원장과 같은 피의자 신분의 증인, '피의자 증인'이다. 피의자들이 공범, 또는 관련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는 건 흔한 일이다. 법원으로서는 유무죄를 다투는 피고인의 범행과 관련이 밀접한 피의자를 반드시 불러 신문해야 한다. 반대로 피의자는 법정 증언의 절대적 신빙성에 자신도 언제고 증인석 옆 피고인석에 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중된다.
한인섭 원장 사례는 피의자 신분 증인의 취약함을 보여준다. 한 원장 측의 의견서와 법정에서의 소명을 종합하면 자신에 대한 공소제기 우려를 안은 피의자는 증인 선서문의 핵심인 '양심'보다 '불안감'을 의식한 증언을 하게 된다.
"피의자 증인은 통상의 증인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참고인을 손쉽게 피의자로 전환하듯이, 손쉽게 피고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검사의 심기를 거스르면 기소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증언한다고 하면 양심에 따른 임의성 있는 증언이 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피의자인지 아닌지 묻는 질문에 끝내 함구한 증인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불안하면 객관적 사실도 대답을 못하겠습니까. 148조의 증언거부권을 아주 눈치보면서 불안하게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권리 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정 관행이 생기길 바랍니다."
한 원장의 법률 대리인인 양홍석 변호사는 양심에 따른 자연스러운 거부권 행사를 위한 방안으로 '피의자 증인 변호인 조력권'을 주장한다. 검찰 조사실에 변호인이 배석하는 것처럼, 피의자 증인의 법정 증언 때에도 마땅히 변호인이 조력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한 판결문에 따르면, 변호사와 함께 검찰 조사실에 들어간 피의자도 검사가 조사 전부터 변호인의 필기를 제한하자 불안에 떨었다. 이 판결문을 쓴 재판부는 피의자가 '특신상태'(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나온 진술했다고 판단해 조서의 증거 능력을 낮게 평가했다. 피의자 증인은 법정에 변호사와 함께 들어가기도 어렵다. 반면 법정에서 나온 진술은 검찰 조사보다 절대적 증거능력을 지닌다.
양 변호사는 "피의자 증인이 하는 증언은 가장 열악한 상태서 나오는 증언"이라며 "법관 면전의 진술이라 신빙성은 굉장히 높은 만큼, 자칫 잘못하면 그 증언이 자신을 후벼 파는 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측면에서 방어의 필요성이 더 절실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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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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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혐의 중 자녀 입시비리 혐의의 증인이다. 정 교수는 고교생이던 딸에게 '허위 스펙'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학술 세미나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허위 확인서를 받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혐의(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한 원장은 재판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5월12일 "재판하는 날 기관장들과의 회의가 잡혔고, 해당 사건은 10년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는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정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사유가 부적절하다며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고 다시 소환했다. 이후 한 원장은 지난 2일 정 교수의 21차 공판에 출석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던 한 원장은 법정에서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로 법학자는 왜 자신의 권리를 호소한 것일까.
◆증언거부권 행사의 대가는 과태료 500만원?
한 원장은 앞서 자신의 변호인이 동석한 상태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신뢰관계자가 동석하도록 법이 정하는 신체·장애인이나 13세 미만의 아동, 현저한 불안과 긴장이 우려되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반려했다. 하지만 한 원장은 증인 선서를 한 뒤 재판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 4분간 반려된 의견서 내용을 소명했다.
한 원장은 먼저 "검찰은 저를 처음엔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다음엔 피의자로 전환했다. 저는 구성요건, 증거관계, 공소시효 어느 점을 봐도 피의자가 될 이유가 없어 항의하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어쨌든 저는 현재 피의자"라며 "당연히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권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에 대한 기소 여부는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 영역이다. 참고인, 피의자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제 법정 증언도 기소든 불기소든 판단 자료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본 법정에서 검사가 할 질문은 전부 피의자·참고인 조사 때 나온 질문의 범위일 거라 생각한다. 법정이 검찰 조사실의 연장선상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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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증인은 법정에서 어쩌면 피고인보다 수동적인 존재다. 검찰과 변호인이 묻는 질문에만 답을 해야하며, 배경을 설명하면 '묻는 질문에만 답하라'는 제지를 받기도 한다. 스스로 발언하려면 "재판장님,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라고 허락을 구해야 한다. 한 원장은 이날 재판에서 약 4분간 자신의 증언거부 사유를 피력했다. 자신의 양옆을 둘러싼 대부분이 그의 서울대 후배, 제자였다. 여러모로 생소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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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자칫하면 '참고인→피의자→피고인' 피의자 증인의 공포
하지만 진술 거부가 예상되는 사람을 덮어놓고 증인으로 신청, 채택하지도 않는게 능사는 아니다. 법원의 존재 이유는 국가형벌권 행사와 더불어 실체적 진실 입증이다. 또 검찰 조사실과 달리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의 다각도적 시각의 신문이 진행된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조사나 신문을 경계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법정 증언은 절대 신빙성을 갖는다.
문제는 이 법정 증언의 절대 신빙성은 어떤 증인에게는 유난히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한 원장과 같은 피의자 신분의 증인, '피의자 증인'이다. 피의자들이 공범, 또는 관련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는 건 흔한 일이다. 법원으로서는 유무죄를 다투는 피고인의 범행과 관련이 밀접한 피의자를 반드시 불러 신문해야 한다. 반대로 피의자는 법정 증언의 절대적 신빙성에 자신도 언제고 증인석 옆 피고인석에 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중된다.
한인섭 원장 사례는 피의자 신분 증인의 취약함을 보여준다. 한 원장 측의 의견서와 법정에서의 소명을 종합하면 자신에 대한 공소제기 우려를 안은 피의자는 증인 선서문의 핵심인 '양심'보다 '불안감'을 의식한 증언을 하게 된다.
"피의자 증인은 통상의 증인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참고인을 손쉽게 피의자로 전환하듯이, 손쉽게 피고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검사의 심기를 거스르면 기소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증언한다고 하면 양심에 따른 임의성 있는 증언이 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피의자인지 아닌지 묻는 질문에 끝내 함구한 증인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불안하면 객관적 사실도 대답을 못하겠습니까. 148조의 증언거부권을 아주 눈치보면서 불안하게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권리 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정 관행이 생기길 바랍니다."
한 원장의 법률 대리인인 양홍석 변호사는 양심에 따른 자연스러운 거부권 행사를 위한 방안으로 '피의자 증인 변호인 조력권'을 주장한다. 검찰 조사실에 변호인이 배석하는 것처럼, 피의자 증인의 법정 증언 때에도 마땅히 변호인이 조력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한 판결문에 따르면, 변호사와 함께 검찰 조사실에 들어간 피의자도 검사가 조사 전부터 변호인의 필기를 제한하자 불안에 떨었다. 이 판결문을 쓴 재판부는 피의자가 '특신상태'(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나온 진술했다고 판단해 조서의 증거 능력을 낮게 평가했다. 피의자 증인은 법정에 변호사와 함께 들어가기도 어렵다. 반면 법정에서 나온 진술은 검찰 조사보다 절대적 증거능력을 지닌다.
양 변호사는 "피의자 증인이 하는 증언은 가장 열악한 상태서 나오는 증언"이라며 "법관 면전의 진술이라 신빙성은 굉장히 높은 만큼, 자칫 잘못하면 그 증언이 자신을 후벼 파는 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측면에서 방어의 필요성이 더 절실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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