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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일 산행 폭주에 한라산 몸살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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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휘세 작성일20-05-23 20:46 조회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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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 1990년 5월23일 산행 폭주에 한라산 몸살

한라산 등반객은 연 평균 100만명에 이릅니다. 등반객이 급증하면서 제주도는 탐방예약제를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정상 등반이 가능한 특정 탐방로에 탐방객이 대거 몰리면서 자연환경 훼손, 주차난과 같은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30년 전 경향신문엔 ‘산행 폭주에 한라산 몸살’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설산이 된 한라산을 오르는 탐방객들. 제주도 제공
“제주도의 한라산이 크게 늘어난 등산객들의 발길에 묻혀 중병을 앓고 있다. 해마다 수용 한계를 넘는 등산객들이 한라산을 오르면서 등산로가 파이고 허물어지는 등 황폐화되고 있으며 등산객들이 버린 오물 등으로 식물 생태계 변화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한라상 정상 서북벽주변은 등산객의 발길로 500여㎡가 민둥땅으로 변해 식물들이 자랄 수 없는 황폐 지역으로 변모했고, 정상에서 백록담으로 내려가는 경사지는 너비 10m, 연장 37m의 토사가 백록담으로 흘러내려 수면을 메워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어리목 등산로는 당국이 개발한 등산로만으로는 부족해 주변에 3개의 등산로가 자생적으로 생겨나면서 주변 식물들이 꺾이고 밟혀 죽어가고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만세동산에는 주변 고산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등산로를 돌 계단으로 보수했으나 등산객들이 등산로 옆길을 이용하는 바람에 고산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 등 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었다고 합니다.

당시 한라산에는 5개의 등산로를 통한 출입이 적설기를 제외하고 무제한 허용돼 있었습니다.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등 5개 코스 중 어리목 코스를 이용하는 등산객이 60%를 차지해 이 지역이 등산객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 오염이 가장 심각했습니다.

한라산 해발 1600m 만세동산 일대에 조릿대 제거를 위해 풀어놓은 말들이 실제로 조릿대를 먹고 있다. 제주도 제공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측은 등산객들이 버린 오물을 1일 평균 12㎏들이 마대로 60여개나 수거, 처리하고 있지만 등산로 곳곳에는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와 오물이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휴일의 경우 하루 평균 6800명이 입산할 정도로 등산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한라산 보호론자들은 한라산의 중병이 치유될 때까지 당분간 5개 코스 중 전문 산악인들만이 등반이 가능한 돈내코 코스만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한라산 등반객을 통한 입장 수입을 올리기 위해 오히려 등산객 편의시설 등을 확충했다고 합니다.

한라산은 올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50주년을 맞았는데요, 탐방객 수를 조사하기 시작한 1974년 뒤 지난해까지 한라산을 찾은 누적 탐방객은 2442만9722명입니다. 탐방예약제 등을 통해 한라산이 더 이상 몸삼을 앓지 않고 지속 가능했으면 합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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