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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저희 딸이 방에서 3층 창문을 통해 떨어졌습니다. 경찰에서 수사를 제대로 못 해 억울한 마음으로 딸을 위해 사건을 끌고 온 저뿐만 아니라, 모든 식구가 망가져 일상생활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점 헤아리셔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13일 서울고법 312호 법정. 피해자 A양(당시 13세)의 아버지가 직접 발언에 나섰다. 이날 법정에선 여중생을 성추행하고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들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A양은 지난 2018년 7월19일 오후 8시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3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여중생 성폭행하고 협박한 10대들…그때 그 '아버지 청원'
/사진=뉴스1
A양의 아버지는 사건 직후 국민청원을 올려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우리 딸의 한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이 청원에는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들이 적혀있었다. 청원에 등장했던 동급생 3명이 바로 이날 재판의 피고인들이다.

김모군(17)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평소 알고 지내던 A양을 2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군은 '2016년 강모군(19)에게 성추행당했다'는 A양의 고민을 듣고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강군도 2016년 9월 A양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양의 남자친구였던 안모군(18)은 2016년 자신의 SNS에 A양을 성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군에게 징역 장기 6년에 단기 4년을, 강군에게는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안군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셈이다.


항소심서도 '무죄' 주장…"추행 없었다"
이날 항소심 첫 재판에서 강군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A양이 강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날에 함께 있었던 A양의 친구 B양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강군의 변호인은 "강군에게는 신체적 특징이 있다. (강제추행이 있었다면) B양이 목격을 못 했을 리 없다"며 "B양이 1심에서 강군이 공소사실과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B양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강군의 신체적 특징을 봤는지에 대해서만 확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군의 변호인도 B양을 포함해 A양과 가까웠던 이모군을 증인신청하면서 "2심에서는 피해자 사망 원인에 대해 주력해서 보고자 한다"며 "1심에서 제대로 신문하지 않은 상황에서 1심 판결은 예상치 못한 판결이라 증인신청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미 B양을 1심에서 두 차례, 이군을 한 차례 증인신문을 한 점을 고려해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김군 변호인은 "검찰 보고서에서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피해자의 사망이 엄마와의 불화 때문에 그런 걸로 나와 있다"며 "피해자 엄마를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증인신청을 일단 보류했다.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던 A양의 아버지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 모습을 본 재판장은 그가 정식으로 발언할 수 있는 발언권을 줬다.

아버지는 "딸이 김군에게 '너 때문에 머리부터 떨어져 죽을 너 친구 이야기 좀 들어봐라'라고 SNS를 통해 보낸 사실이 명확하게 남아있다"며 "엄마와의 불화 때문에 사망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에서 딸 휴대전화를 증거로 가져갔다가 암호를 풀지 못해 돌려줬다가 제가 풀어 고소를 진행한 것"이라며 "모든 가족들이 망가져 일상생활이 힘든 상황이다. 잘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군과 강군은 경찰 조사 당시부터 1심 법정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 항소심 법정에서도 그들의 주장은 변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달 10일 오후에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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