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흘러야 한다'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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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라이 작성일20-05-07 00:27 조회1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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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0년 전인 2010년 5월 7일 경향신문 1면에는 ‘[강은 흘러야 한다](4)생명의 길, 죽음의 길’이라는 제목의 기고가 실렸습니다. 당시 경향신문은 4대 종단으로부터 4대강살리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가 강행했던 환경파괴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고를 받아 게재했습니다. 이 기고는 네번째로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소장인 최서연 교무의 글입니다.
최 교무는 글의 서두를 “‘4대강 정비’ 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이 염려했던 대로 정비가 아닌 파괴이고, 살리기가 아닌 죽이기임이 공사가 계속 될수록 드러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던 경기 여주 남한강변에 대해 “저 강 아래에서 물과 함께 온갖 생명을 보듬고 있던 강바닥의 흙이 강제로 파헤쳐 올려져서 예전이라면 곧 여름 모내기를 앞두었을 논에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대학살이 일어난 것같이 보였”다고 묘사했습니다. 최 교무는 이어 “물고기 100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곳, 세계 희귀종인 단양 쑥부쟁이의 서식지가 파괴된 곳의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라며 “심각한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할 때는 많은 준비를 해 신중하게 시작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무시하니까 물고기들이 결국 떼죽음을 당하게 되었을 것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오염 물질투성이의 환경을 접하면 인간도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 물고기에게 그런 재앙을 주었다는 것이 너무나 죄송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 교무가 이 글을 쓴 2010년 5월은 이명박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같은 최소한의 규제마저도 무력화시킨 채 4대강 곳곳을 무참히 파괴했던 시기입니다.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업을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녹조라떼로 대표되는 수질 오염과 광범위한 생태계 파괴, 멸종위기종의 지역절멸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예견한 이들의 우려가 쏟아져 나왔기에 이날 경향신문에는 4대강사업 관련 기사와 기고가 4컷 만평인 장도리까지 합해 7건이나 실렸습니다. 기고로는 1면에 실린 최 교무의 글 외에 독자 기고란인 ‘경향마당’에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4학년 학생이었던 박성일씨의 ‘4대강으로 온 환경 지킴이 지율 스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과 같은 면에는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의 ‘[경향신문을 읽고]4대강 살리기 사업 서둘러야 할 이유’라는 제목의 글도 함께 게재됐습니다. 또 류점석 비교문학자의 ‘[환경칼럼]대체할 수 없는 생명’이라는 기고도 오피니언면에 실렸습니다.
기사로는 사회면에 ‘낙동강 준설토 처리 뒤죽박죽’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낙동강 흙탕물 오염…3월 기준치 넘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각각 게재됐습니다. 모두 4대강사업의 폐해가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고발한 기사들이었습니다.
세종보 주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의 모습. 환경부 제공.
세종보 개방 이후 보 주변의 모습. 환경부 제공.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4대강은 어떻데 달라졌을까요? 보가 그대로 남아있는 구간들에서 생태계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희망적인 소식들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바로 보를 완전히 개방한 보 주변에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들입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수문이 완전 개방된 상태인 금강 세종보 인근 생태계를 2년 이상 관측·분석한 결과, 수생태계 건강성 지표(어류 및 저서동물 건강성지수)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5일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물흐름이 개선되고, 모래톱과 수변공간이 늘어나는 등 생물 서식공간이 증가한 덕분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흰꼬리수리, 금개구리, 맹꽁이, 큰고니 등 다양한 생물들이 해당 공간에서 확인됐습니다.
금강 세종보는 2017년 11월부터 개방되었으며 개방 기간은 올해 3월 기준으로 798일입니다. 세종보는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긴 기간 개방한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세종보의 수위는 개방 전의 11.8m에서 8.4m로 낮아졌습니다.
환경부는 세종보 개방에 따른 주변 생태계의 주요 변화상으로 우선 수심이 얕아지고 물살이 빨라지면서, 여울이 형성되고 축구장 면적의 41배에 달하는 모래톱(면적 0.292㎢)이 드러나는 등 다양한 생물 서식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 개방 전 4개에 불과했던 수중 서식처는 개방 후 여울과 웅덩이, 모래톱 등이 나타나면서 8개로 늘어났습니다. 모래가 깔린 여울에서 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는 보 개방 후인 지난해 4~6월 사이 세종보 하류에서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흰수마자는 한반도 고유종 어류로, 과거 금강 본류 및 지류에서 폭넓게 발견되었던 물고기지만 보가 설치된 2012년 이후 금강 본류에서 채집되지 않았다가 세종보 완전개방 후 재발견된 것입니다.
이 같은 생태계 회복에 대해 환경부 김영훈 4대강 조사·평가단장은 “세종보를 장기간 개방함에 따라 모래톱 등 물리적인 서식환경이 다양하게 나타나 생태계 변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종보 구간의 이 같은 변화는 4대강사업으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하려면 보의 완전 개방이 필수 선결괴제임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16개 보가 없었던 과거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도 더 이상 미뤄둬서는 안될 문제임도 알려줍니다. 그릇된 사업 추진으로 생태계를 파괴한, 또 파괴하고 있는 다양한 개발사업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제시해 줍니다.
최 교무는 2010년 5월 7일의 기고를 아래의 문장들로 맺고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전하는 모든 종교의 근본 가르침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새겨져 모든 강을 살려내기를 간청합니다. 우리 인간 모두가 생명의 길이 진리의 길임을 명심해 이 산하를 위해 저 공사를 한시라도 빨리 멈추기를 기도합니다.” 그의 기고처럼 모든 강을 살려내기 위해 모든 보의 수문을 개방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또 모든 보를 철거하기 위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되기를 기원합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장도리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0년 전인 2010년 5월 7일 경향신문 1면에는 ‘[강은 흘러야 한다](4)생명의 길, 죽음의 길’이라는 제목의 기고가 실렸습니다. 당시 경향신문은 4대 종단으로부터 4대강살리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가 강행했던 환경파괴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고를 받아 게재했습니다. 이 기고는 네번째로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소장인 최서연 교무의 글입니다.
최 교무는 글의 서두를 “‘4대강 정비’ 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이 염려했던 대로 정비가 아닌 파괴이고, 살리기가 아닌 죽이기임이 공사가 계속 될수록 드러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던 경기 여주 남한강변에 대해 “저 강 아래에서 물과 함께 온갖 생명을 보듬고 있던 강바닥의 흙이 강제로 파헤쳐 올려져서 예전이라면 곧 여름 모내기를 앞두었을 논에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대학살이 일어난 것같이 보였”다고 묘사했습니다. 최 교무는 이어 “물고기 100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곳, 세계 희귀종인 단양 쑥부쟁이의 서식지가 파괴된 곳의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라며 “심각한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할 때는 많은 준비를 해 신중하게 시작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무시하니까 물고기들이 결국 떼죽음을 당하게 되었을 것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오염 물질투성이의 환경을 접하면 인간도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 물고기에게 그런 재앙을 주었다는 것이 너무나 죄송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 교무가 이 글을 쓴 2010년 5월은 이명박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같은 최소한의 규제마저도 무력화시킨 채 4대강 곳곳을 무참히 파괴했던 시기입니다.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업을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녹조라떼로 대표되는 수질 오염과 광범위한 생태계 파괴, 멸종위기종의 지역절멸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예견한 이들의 우려가 쏟아져 나왔기에 이날 경향신문에는 4대강사업 관련 기사와 기고가 4컷 만평인 장도리까지 합해 7건이나 실렸습니다. 기고로는 1면에 실린 최 교무의 글 외에 독자 기고란인 ‘경향마당’에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4학년 학생이었던 박성일씨의 ‘4대강으로 온 환경 지킴이 지율 스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과 같은 면에는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의 ‘[경향신문을 읽고]4대강 살리기 사업 서둘러야 할 이유’라는 제목의 글도 함께 게재됐습니다. 또 류점석 비교문학자의 ‘[환경칼럼]대체할 수 없는 생명’이라는 기고도 오피니언면에 실렸습니다.
기사로는 사회면에 ‘낙동강 준설토 처리 뒤죽박죽’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낙동강 흙탕물 오염…3월 기준치 넘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각각 게재됐습니다. 모두 4대강사업의 폐해가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고발한 기사들이었습니다.
세종보 주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의 모습. 환경부 제공.
세종보 개방 이후 보 주변의 모습. 환경부 제공.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4대강은 어떻데 달라졌을까요? 보가 그대로 남아있는 구간들에서 생태계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희망적인 소식들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바로 보를 완전히 개방한 보 주변에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들입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수문이 완전 개방된 상태인 금강 세종보 인근 생태계를 2년 이상 관측·분석한 결과, 수생태계 건강성 지표(어류 및 저서동물 건강성지수)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5일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물흐름이 개선되고, 모래톱과 수변공간이 늘어나는 등 생물 서식공간이 증가한 덕분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흰꼬리수리, 금개구리, 맹꽁이, 큰고니 등 다양한 생물들이 해당 공간에서 확인됐습니다.
금강 세종보는 2017년 11월부터 개방되었으며 개방 기간은 올해 3월 기준으로 798일입니다. 세종보는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긴 기간 개방한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세종보의 수위는 개방 전의 11.8m에서 8.4m로 낮아졌습니다.
환경부는 세종보 개방에 따른 주변 생태계의 주요 변화상으로 우선 수심이 얕아지고 물살이 빨라지면서, 여울이 형성되고 축구장 면적의 41배에 달하는 모래톱(면적 0.292㎢)이 드러나는 등 다양한 생물 서식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 개방 전 4개에 불과했던 수중 서식처는 개방 후 여울과 웅덩이, 모래톱 등이 나타나면서 8개로 늘어났습니다. 모래가 깔린 여울에서 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는 보 개방 후인 지난해 4~6월 사이 세종보 하류에서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흰수마자는 한반도 고유종 어류로, 과거 금강 본류 및 지류에서 폭넓게 발견되었던 물고기지만 보가 설치된 2012년 이후 금강 본류에서 채집되지 않았다가 세종보 완전개방 후 재발견된 것입니다.
이 같은 생태계 회복에 대해 환경부 김영훈 4대강 조사·평가단장은 “세종보를 장기간 개방함에 따라 모래톱 등 물리적인 서식환경이 다양하게 나타나 생태계 변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종보 구간의 이 같은 변화는 4대강사업으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하려면 보의 완전 개방이 필수 선결괴제임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16개 보가 없었던 과거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도 더 이상 미뤄둬서는 안될 문제임도 알려줍니다. 그릇된 사업 추진으로 생태계를 파괴한, 또 파괴하고 있는 다양한 개발사업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제시해 줍니다.
최 교무는 2010년 5월 7일의 기고를 아래의 문장들로 맺고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전하는 모든 종교의 근본 가르침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새겨져 모든 강을 살려내기를 간청합니다. 우리 인간 모두가 생명의 길이 진리의 길임을 명심해 이 산하를 위해 저 공사를 한시라도 빨리 멈추기를 기도합니다.” 그의 기고처럼 모든 강을 살려내기 위해 모든 보의 수문을 개방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또 모든 보를 철거하기 위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되기를 기원합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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